
솔직히 저는 여성어업인을 위한 맞춤형 건강검진 제도가 올해부터 새로 시행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커뮤니티에서 우연히 관련 글을 접하기 전까지는, 이런 제도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볼수록 "이게 왜 이제야 생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어업 현장에서 매일 고된 작업을 반복하는 분들에게, 건강검진 하나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었습니다.
직업질환을 잡아내는 검진항목, 어떻게 다를까
제가 직접 경험해 봐서 아는 건 아니지만, 여성어업인들의 건강 이야기를 커뮤니티나 온라인 기사에서 자주 접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관절 통증, 허리 통증, 만성 피로. 그리고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말. 그 이야기들이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는 걸, 이번 건강검진 항목을 보고서야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이번 여성어업인 특화건강검진에는 골밀도 측정, 근육량 측정, 무릎방사선 촬영, 요추방사선 촬영, LDL콜레스테롤, 당화혈색소(HbA1c), 순음청력검사가 포함됩니다. 일반 건강검진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다른 점이 보이는데, 바로 근골격계 질환 중심의 구성입니다. 근골격계 질환은 반복적인 동작이나 과도한 신체 부하가 주된 원인입니다. 장시간 허리를 구부리거나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드는 어업 작업의 특성상 이 질환이 특히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서, 무릎과 요추 방사선 촬영이 포함된 건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당화혈색소(HbA1c)도 눈에 띄는 항목입니다. 여기서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는 지표로, 당뇨 진단 및 혈당 관리 상태를 파악하는 데 쓰입니다. 단순 공복혈당 검사보다 더 정확하게 만성적인 혈당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만성질환 조기 발견에 실효성이 높습니다.
순음청력검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순음청력검사란 다양한 주파수의 순수한 음을 이용해 청력 손실 여부와 정도를 측정하는 검사인데, 선외기 소음이나 작업 환경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어업인들에게 직업성 난청 여부를 확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 구성을 보고 "일반 검진을 어업인용으로 손질한 것"이 아니라, 직업 특성을 처음부터 반영해 설계한 검진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런 방식이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방의학이란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제거하거나 조기 발견해 건강을 유지하는 의학 분야를 말합니다. 실제로 질환을 조기에 발견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게 보였고, 그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이 제도가 단순한 복지 혜택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검진의 지원 대상은 만 50~69세 여성어업인(1953년 1월 1일 ~ 1972년 12월 31일생)이며, 비용은 검진비의 10%인 20,000원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90%는 국비로 지원됩니다. 강원, 충남, 사천 지역은 자부담이 없습니다. 비용 부담 때문에 검진을 미뤄왔던 분들이라면 이번 기회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입니다(출처: 해양수산부 정책브리핑).
신청방법과 지역별 검진기관, 꼭 확인하세요
신청은 해당 지자체에 미리 해야 합니다. 검진 기관이 지역별로 지정되어 있고, 개인이 임의로 병원을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사전 신청이 필수입니다.
제가 정보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지역에 따라 접근성 차이가 제법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검진 기관이 있는 시·군 자체가 한정되어 있어서, 거주지에서 거리가 멀거나 검진 일정이 맞지 않으면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온라인에서 본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이 제도의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지자체별로 지정된 검진 기관과 문의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원(강릉, 동해, 삼척, 양양): 아산의료재단 강릉고려병원 / 033-660-8362
- 강원(속초, 고성, 인제): 속초보광병원 / 033-660-8362
- 충남(보령): 보령아산병원 / 041-930-6762
- 충남(홍성): 보령아산병원 / 041-630-1704
- 전북(군산):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 063-454-2891
- 경북(포항): 의료법인구암의료재단 시티병원 / 054-270-2733
- 경북(경주):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 054-779-6319
- 경남(사천): 의료법인승연의료재단 삼천포서울병원 / 055-831-3122
- 제주(제주): 제주한라병원 / 064-728-3363
- 제주(서귀포): 제주한라병원 / 064-760-2745
제 경험상 이런 신청 방식은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주민센터가 아니라 각 지자체 수산 관련 부서로 문의해야 한다는 점도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헷갈린다면 위의 담당 부서 번호로 직접 전화해서 일정과 절차를 먼저 확인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제도의 인지도가 아직 낮다는 점도 솔직히 걱정됩니다. 아무리 잘 설계된 제도라도 대상자가 모르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어업 종사자 중 여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직업 관련 건강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출처: 해양수산부).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이동 검진이나 일정 유연화 같은 접근성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이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바빠서 못 간다"는 말 한마디로 건강을 뒤로 미뤄왔다면,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셨으면 합니다. 비용 부담도 낮고, 어업 현장의 실제 위험 요인을 겨냥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지금 지자체 담당 부서에 전화 한 통 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